사랑하는 성도님들 양동혁입니다.
16년간 포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대구로 이사를 갑니다.
항상 주보에 짧게 성도들 소식으로 이사소식을 접하다가 제가 직접 떠난다닌 많은 복잡한 감정이 드네요.
그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때까지 16년간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리고 재미나게도 대학을 위해 포항에 16년간 있다가 이제 그 품을 떠나게 됩니다.
저에게 육신의 부모님이 있듯이 포항대흥교회는 영적인 부모이고
말 그대로 포항 대흥교회는 모교회 엄마교회입니다.
혈열단신 혼자의 몸으로 포항 땅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그런 제가 아내도 교회에서 얻고 세 아들도 얻고 떠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부족한 제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인 교회의 품에서 누린 따뜻한 사랑 때문인 거 같습니다.
일일이 기억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제가 배고프고 힘들 때 육신의 밥으로 먹여주시고,
저의 육신의 부모를 대신하여 부모처럼 아껴주시고 사랑을 부어주셨던 사랑을 떠올려봅니다.
대흥교회의 그 사랑을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제가 포항을 떠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공부 잘하고 다시 포항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마치 제가 16년전 광주에서 포항으로 올 때 부모님이 다시 광주로 돌아오라고 하시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광주에 오길 기도하시고, 대흥교회 성도님들은 포항으로 오길 기도하시는
하나님께서 곤란해 하시겠지만 ^^ 좋은 곳으로 저를 인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몸은 떠나 있지만 항상 제가 저희 육신의 부모의 아들이라는 것을 느끼는 거 처럼
역시 몸은 떠나 있지만 영적 부모인 포항 대흥교회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기도하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포항에 왔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사는 효자동은 최근에 옛날 건물을 부시고 새로운 건물들을 짓더라구요.
그냥 지나다니는 골목의 새로 짓는 건물이라도 관심을 가고, 그 건물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서 아쉽습니다.
그처럼 포항 대흥교회가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집이 지어져가는 과정인 거 같습니다.
비록 제가 그간 섬긴 것이 벽돌 한 두장 정도 될지 모르겠지만
대흥교회가 주의 집이 되는 것을 다 보지 못하고 떠나서 아쉽습니다.
그러나 섬기시는 분들이 주의 날이 올 때까지 완성되도록 열심히 건축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가족을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이들의 유아 세례 때 해주셨던 선서처럼 온 교회가 저희 아이들의 부모이며, 조부모가 되어주시고
교사가 되어주셔서 물심양면으로 키워주셨습니다.
저는 솔직히 재정적인 능력이 좋은 아빠는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키우셨음을 교회를 통해서 배웠고,
그 사랑을 주셨던 성도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몇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몇 분들은 좋은 인재가 떠난다고 아쉬워하십니다. 저 역시도 아쉽고 서운합니다.
그러나 저도 처음부터는 좋은 인재는 아니었을 겁니다.
20살 낯선 곳에서 받았던 사랑 덕에 지금까지 컸는데,
지금의 우리 교회의 청년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저에게 주셨던 그 사랑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저보다 더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일꾼들이 서고, 이 교회가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하실거라 믿습니다.
처음 포항대흥교회에 왔을 때 당황했던 일이 있습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밥을 빼고 국과 반찬 모두 빨간색 뿐이었습니다.
광주에서만 살았던 저로선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든 반찬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 때의 오이무침, 소고기국, 미역무침이 이제는 그리울 거 같습니다.
항상 별 생각 없이 먹었던 그 교회 점심들이 어쩌면 사무치게 그립고 다시 먹고 싶은 순간이 올 거 같습니다.
육신의 양식 뿐 아니라 교회에서 먹었던 영적 양식도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 양식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우리 성도를 함께 먹였던 그 영적 밥이 그리울 거 같습니다.
다시 포항에 올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하고 바라고 있겠습니다.
16년간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