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금)
마가복음 14장 27-42절(신p.80)
염덕균 목사
<본문>
◎ 27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음이니라
28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29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
30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31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32 그들이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33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34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
35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 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36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37 돌아오사 제자들이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38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
39 다시 나아가 동일한 말씀으로 기도하시고
40 다시 오사 보신즉 그들이 자니 이는 그들의 눈이 심히 피곤함이라 그들이 예수께 무엇으로 대답할 줄을 알지 못하더라
41 세 번째 오사 그들에게 이르시되 이제는 자고 쉬라 그만 되었다 때가 왔도다 보라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42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해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겟세마네에서의 기도와 그 기도에 앞서서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말씀하시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잡혀가실 때에 모든 제자들이 예수님을 버릴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모두가 예수님을 버릴 찌라도 저는 결단코 그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히려 베드로를 더욱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힘을 주어’ “제가 주님과 함께 죽는 일이 있더라도 주님을 부인하지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제자들도 동일하게 고백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이 말과 다짐을 너무나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데요. 십자가를 앞두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중, 리더 격에 해당하는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을 데리고 겟세마네에 기도하러 가셨는데요. 이때 예수님께서는 이들에게 당신의 놀라고 슬프며 죽을 것 같은 심정을 토로하시며, 그들에게 깨어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그 요청과는 달리 제자들은 깨어있지 못하고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돌아오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자는 모습을 보시고, 그들을 깨우시며, 그들에게 다시 기도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두 번째 기도를 마치고 그들에게 돌아오셨을 때에도, 그들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이러한 모습은 예수님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고 따르겠다던 그들의 다짐과 고백들이 얼마나 힘없고 초라한 고백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의 잔을 짊어지시기 위해 십자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실수록, 오히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예수님께 힘이 되어드리기는커녕 더욱 연약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이러한 모습이 드러나고 까발려지는 만큼, 십자가를 향하여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3년 간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예수님과 함께 동행 했던 제자들, 예수님께로부터 수많은 가르침을 받고, 그들도 수많은 능력과 기적을 행하던 제자들이었지만, 정작 예수님의 가장 중요한 사역인 십자가를 앞둔 상황에서 그들은 아무런 도움도, 힘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약함과 실망스러운 모습만 드러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본문이 보여주는 제자들의 이 모습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십자가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위해서 그 어떤 것도 보테거나, 더하거나,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때로 우리는, 우리가 지닌 믿음이 뭔가 대단히 훌륭하고 대단한 믿음인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주일을 잘 지키고, 다른 교우들과 큰 갈등 없이 지내고, 교회 안에서 이런저런 섬김과 봉사의 일들을 잘 감당하며, 남부끄럽지 않은 교회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꽤 괜찮은 신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지요. 그렇게 우리는 하나님과 교우들 앞에서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대견하고, 좀 괜찮은 것처럼 여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믿음이 발휘 되어야 할 순간, 힘들고 어려운 순간, 큰 시련과 역경의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믿음’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근심과 염려,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비교적 평안하고 평탄한 생활 중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말하지만, 슬프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거나, 억울하고, 마음 상하는 상황을 마주 할 때, 우리는 ‘믿음’으로 반응하려하기 보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어기재를 발휘하는데 바쁩니다.
이처럼 우리의 ‘믿음’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연약하고 초라한 것입니다. 우리의 의지력, 우리의 다짐, 우리의 결단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게 꺾이고, 변하기 쉬운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이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를 향하여 나아가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과 3년을 동행 했고, 목숨을 걸고 예수님을 따르겠다 호언장담했던 베드로와 제자들이었지만, 그들은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 함께 깨어 있는 것조차도 감당치 못했던 미련하고 어리석은 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런 제자들을 위하여 그 두렵고 떨리는 십자가를 향해 믿음으로 나아가셨습니다.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보시며 그들에 대하여 실망하신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심으로써 하나님께서 이루실 위대한 구원의 일과 계획들을 바라보시며, 믿음으로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 승천과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성령님을 통해 제자들은 변화되었고, 이후 예수님의 교회를 세우는 위대한 사도들로 거듭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실 때, 제자들의 기도 지원과 지지를 받으시며 든든하게 앞으로 나아가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의 연약함과 실망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 자리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의 잔을 받으시기 위해 믿음으로, 기도로, 십자가로 나아가셨습니다. 바로 그 제자들의 연약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변화시켜 바로 그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로 세우시기 위해 십자가로 나아가셨습니다.
우리의 믿음, 우리의 신앙이라는 것은 우리의 다짐과 결단, 우리 스스로의 신실함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의 믿음과 신앙은, 이처럼 부족하고 실망스러우며, 스스로의 다짐과 결단조차도 제대로 지킬만한 능력을 지니지 못한 어리석고 연약한 우리들을 변화시키실 그리스도를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죄와 사망의 권세로부터 건져 내시고, 말씀과 성령의 능력을 통해 우리의 심령을 변화시키셔서 우리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살아가도록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하고 소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너무나도 쉽게 흔들리는 우리 스스로의 결단과 다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두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오늘도 말씀과 성령을 통해 우리를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빚어 가시며 당신의 형상을 닮아가게 만들어주시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소망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그 그리스도의 은혜가, 그리스도를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기쁨과 자원함으로 내어드리는 데 까지 나아가도록 만들어 주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기도제목>
1. 스스로의 다짐과 결단을 의지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신뢰하는 믿음 주시도록.
2. 다가오는 주일 세례와 입교 받는 자들이, 자신들의 고백을 신실하게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3. [주보] 위정자들에게 공평과 정의를 이루는 지혜를 주시고, 우리 사회에 갈등이 그치고 평화가 자리 잡도록.